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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유진실 초대 개인전 '리듬의 풍경'
       전 시 작 가  :
  유진실
       연계프로그램 :   전시연계체험프로그램 우리동네 풍경
       작성일 : 2024-04-02        조회 :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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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VESCAPE, 율화(律畵)_리듬 페인팅

 

                                           안현정(미술평론가예술철학박사)

 

            사본 -리듬의 풍경3.jpg

 

                                         


나의 그림은 삶의 순간을 리드미컬하게 상생시키는 기본 가락(律畵, Rhythmic painting)이다. 한국화의 기본을 지키되 동시대와 융합하는 방식, 삶의 소소한 풍경을 채색화의 모더니즘으로 여는 것이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삶의 풍경을 '흔적과 존재' 속에서 풀어내는 유진실에게 '공간'이란 참나를 둘러싼 경험의 집이자, 기억을 현실과 유동시키는 장소이다. 최근 작품들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통해 삶의 무게감을 리드미컬한 가벼움으로 전환하는 시적 가락=리듬 페인팅을 지향한다. 가치의 가벼움이 아니라, 진짜 나의 리듬을 찾기 위한 무게를 덜어내는 여정이다. 작업실 창문 너머 보이는 오랜 집들은 작가를 관통해 아이의 순수와 같은 펼친그림으로 진화한다. 납작해진 평면 위에 자리한 독특한 구도,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유진실의 세계관은 삶을 반영한 살아있는 풍경(LIVESCAPE)’으로 전환돼 독창적인 유토피아를 설정한다. 기하학과 수학적 개념을 토대로 한 2차원의 평면 같지만, 평면 위에 펼쳐낸 무한한 공간 확장이 순환과 대립을 연결하는 사실적 상징화의 영역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소요유(逍遙遊), 납작해진 리듬의 풍경들

 

유진실의 작품엔 미세한 생명의 노래가 개체 사이를 오가며 진동한다.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경험적 감성속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도록 연출됐다는 것이다. 환상적인 초현실을 보는 듯하지만,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삶의 반복과 순환고리를 찾아 긍정과 유머를 끊임없이 제시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다양한 형태에 의한 공간분할 속에서 3차원의 깊이를 납작하게 평면화시키는 역원근법의 과정을 실험한다. 이러한 변형 구도들은 하나의 패턴이 아닌 직관적 리듬 속에서 발견된 독특한 율동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평면과 3차원이 서로 부딪치는 이율배반적인 공간 속에서 현실은 긍정되는 동시에 연결되며, 객관화되는 동시에 상대화되는 것이다. 리듬의 선율은 하나의 길을 형성하는데, 작가에게 길은 숨 쉬는 공간이자 무목적적 여유의 공간이다. 나를 중심으로 설정된 360도의 회전 환경들은 그림을 쌓는 동시에 가볍게 유희하는 소요유(逍遙遊), 참된 자유를 향한 여정을 담는다.

 

사물을 감각적으로 보는 성향은 2016Funny 시리즈에서도 발견된다. 한국 여성들이 걸어야 하는 육아의 고통을 무게감보다 유희로 해석하면서, 하나의 구도화 된 길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길을 끌어안는 동시에 이겨낸 삶의 풍자는 박사과정 청구전에서 발견되는 현명한 울림(먹의 깊은 에너지를 탐구)’을 통해 깊이를 찾았다. 평면화된 구도와 시적 울림의 만남은 현재의 리듬 풍경과 조우하면서 대중성과 예술성을 조화시킨 (:퍼니 시리즈)-(;음의 울림)-(실존_리듬 페인팅)’의 과정을 통해 재해석된 것이다. 김기창을 보좌하며 세 아이를 키운 우향(雨鄕) 박래현(朴崍賢, 1920~1976)처럼, 유진실 역시 자신의 역할과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조화시키면서 섬세한 화면구성과 새로운 조형실험을 보여준 것이다. 일상적인 삶의 풍경에서 모티프를 찾았으나, 점차 대상을 극복한 리듬미컬한 상징적 구상을 구축해냄으로써 명쾌한 개성화의 길을 연 것이다. 작품들은 미시적 환경에 포커징이 될 때는 수정말을 사용한 장지(壯紙)의 마티에르가 강조되고, 조감법을 사용한 거시적 환경에서는 대상에 집중한 표현중심의 세필이 강조된다. 실제로 유진실의 작업은 한국화를 연상하기 어려울 만큼 색채미감에서 글로벌한 에너지를 지녔다. 서구 모더니즘이 도달하려 했던 평면화의 길 속에 한국화의 구상적 에너지를 탑재하면서 동·서미감이 어우러진 유진실만의 리듬의 풍경을 탄생시킨 것이다.

 

생명-내가 있는 풍경, 무엇이 리듬을 만드는가?

 

작가는 순간의 풍경 혹은 장면에서 이입된 감동을 단순 이미지가 아닌 리듬과 파동으로 해석한다. 그럼에도 추상이 아닌 리듬을 담은 구상(具象)형식을 고집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삶의 모든 순간이 우리가 기억한 거기(형상의 장소), 그곳에 대한 상상이며 미세한 소리, 숨결, 여운을 마주하며 재해석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말 그대로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대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의 경험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작가는 나무와 풀의 움직임과 건물과 건물 사이로 통과하는 바람의 소리를 긴장과 조율의 순환구조로 해석한다. 울림과 진동 속에 서식하는 생명들과 대화하겠다는 시도이다. 작가의 그림은 분명히 문명과 도시를 향한다. 그럼에도 항시 푸르디푸른 나무가 자리하고, 자연과 조율하는 관계의 리듬이 존재한다. 내가 겪는 모든 순간을 부정이 아닌 고유한 기억의 진동으로 해석하면서, 부딪치고 흔들리는 생명의 가치로 해석한 까닭이다. 작가는 그래서 풍경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리드미컬한 생명을 이미지화하는 것이 아닐까. 무작위적 스케치를 연상시키는 그림들은 자유를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예술적 정감과 어우러진 감각적 구도는 유희성을 가미하면서 대중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흔적들이 생명의 요소가 되고, 울림과 진동을 통한 점··면의 확장이 풍경으로 전이된 책가도의 모더니티를 보여준다.

 

한국화의 다이내미즘, 유진실의 율동 에너지

 

유진실의 작업은 한국적 정서 위에 내려앉은 세련된 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평면화된 궁중 책가도의 정서를 계승하면서도, 우리 시대에 요청되는 감각적 색채 미감을 젊은 한국화의 정신으로 펼쳐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화의 영역에서 여성들은 주변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면, 오늘날 여성 화가들은 여류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반영하면서 현대화된 기운생동(氣韻生動)=한국화의 다이나믹을 자신 있게 표현해야 한다. 작가는 정체된 한국의 채색화를 부활시키기 위해, 한국적인 형식과 동시대 정신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낯설지만 마음에 깃드는 유진실의 리듬 풍경들은 작가가 살아낸 생의 흔적이자 추상의 에너지를 구상적으로 재해석한 독특한 자기탐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먹의 강렬한 예술 에너지와 대중적 인기를 끈 퍼니시리즈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자신만의 미세한 경험들을 연결한 실존 풍경, LIVESCAPE’를 발견했다. 우리는 이 전시를 통해 정체성에 질문하고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강렬하게 표현한 개성어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낯설은 풍경은 낯익은 얼굴의 또 다른 이면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유진실의 리드미컬한 운율그림, 율화(律畵)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지러진 삶의 고단함을 가볍게 어루만져줄 따스한 바람의 율동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